2026. 3. 20. 09:00ㆍ수수한 읽기

불안 속에서 붙잡게 된 몇 가지 문장들
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화를 읽는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나 역시 이 지점에서
동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동화는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비극과 슬픔을 대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이야기 속을 흐르는 순간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했으니까.
⸻
1. 자신의 삶에 대하여
자기 실현이란 우리 전 생애에 걸친 동적인 과정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 변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근거해 있습니다.
…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우리는 ‘벌거벗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함부로 절망하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
그것이 결국
겸손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어쩌면 그 환상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비로소 삶이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
2. 내가 아닌 사람들에 대하여
모모는 상대방에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존재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한다는 것.
결국 우리가 타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곁을 지켜주는 것,
그리고 가만히 들어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 안에서 무언가가 일어난다.
작은 ‘너’와의 만남은
커다란 ‘너’와의 만남의 창이 되기도 한다.
‘나마스테’라는 말처럼,
네 안의 신에게 인사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다면.
주님은 종종
관계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신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
3. 신과 함께, 그의 시간을 의식하며 사는 것
불안은 종종 악한 조언자가 됩니다.
‘현재’라는 시간은
영원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생명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불안에 붙잡혀 살아왔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놓치고,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지금을 상처 입히는 방식으로.
그래서 이 문장은
더 오래 머물렀다.
내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은총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늘 불안과 함께 살아왔다.
다만 지금 시대의 불안은
자본주의라는 구조 안에서
조금 더 ‘편리하게’ 진화했을 뿐.
그래서 관계에서도
말과 마음 대신
가격이 있는 것들로
안정을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그게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니까.
하지만
내가 원했던 다정함,
애정 어린 말들,
이런 것들은 너무 추상적이고 어려워서
그래서 더 불안했던 건 아닐까.
돌아보면
나는 너무 어려운 것을
세상과 타인에게 바라고 있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교만이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붙잡고 싶은 가치들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결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으로 걸어가 보는 수밖에.
⸻
4. 메멘토 도미니
사랑하는 사람은
그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가는 존재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와 함께
‘메멘토 도미니’(주를 기억하라)
죽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시간을 함께 바라보는 존재,
그 ‘주’를 기억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
그리고
임신 8개월 차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었을 때,
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한때는 부럽기만 했던 온기가
이제는
내 삶 안에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주님의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나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시간이
하나의 ‘현재’로 존재한다는 감각.
아직은 아주 조금이지만
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려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듯이.
그 시선이
내 삶을 다시 살게 만든다.
⸻
마무리
이 문장들에
무엇을 더 덧붙일 수 있을까.
메멘토 도미니.
늘 현재를 누리며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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